요즘 아들이 자꾸 황당한 요구를 합니다. 본인 생일이 크리스마스와 가까운데 이번에는 선물을 따로 해주지 말고, 크리스마스 선물과 생일 선물을 합쳐서 큰 것으로 하나 해달라는 것입니다. 뭘 원하는지 물으니까 10년치 선물을 한꺼번에 해주고도 모자랄 금액입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했더니, 그렇게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줘야 하는 이유는 제가 아빠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선물을 지금 해달라고 합니다. 값 비싼 것은 물 건너 간 것 같으니까, 이제는 원하는 것을 미리 해달라고 합니다. 아직도 두 달이나 더 남았는데 말입니다. 성적이 조금만 올라가도 뭘 해달라고 하고, 칭찬 받을 일이 조금만 있어도 뭘 해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습니다. 아빠이기 때문에 당연히 선물을 해줘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지 저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이룬 성취에 대해서 아버지인 저에게 선물을 요구하는 것이 결코 정당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선물이란 주는 사람의 마음이 움직일 때 하는 것이지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목소리만 높아질 뿐입니다.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예를 들면서 다른 집과 비교하려고만 합니다. 사춘기이다 보니 더욱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속이 상하지만 그럴 때인가 보다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 성숙하게 되면, 그 때는 이해를 하겠지요.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시지만, 우리의 요구를 들어 주셔야 할 의무가 있으신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계명들은 모두 우리의 행복을 위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명을 지키는 선한 삶을 살았다고 해서 보상을 바랄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허락된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은혜, 곧 선물입니다. 이 은혜는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 마음인 것이지 우리의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반드시 주셔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많은 경우에 우리는 하나님께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하나님이시라면’ 이라는 이유를 달아서, 마치 요구가 정당한 것처럼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는 정당하지 않습니다. 모두 황당한 요구일 뿐입니다. 이는 우리가 아직 성숙에 이르지 못한 증거입니다. 우리 모두 성숙을 향해 정진합시다.

박현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