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전화에 문제가 생겨서 AT&T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교회로 전화가 걸려오기는 하는데, 전화를 걸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비스를 받고자 전화를 했지만, 정작 사람과는 통화할 수 없었습니다. AT&T에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받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였습니다. “영어는 1번, 스페인어는 2번”으로 시작해서, 누구랑 통화하고 싶은지, 무엇 때문에 통화를 하려고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10개도 더 되었습니다. 1번과 2번을 번갈아 눌러가며 통화하기를 원했는데, 결국 저희 교회 전화의 문제는 다른 부서로 전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화를 끊고, 다른 부서로 전화를 걸어, 동일한 과정을 거쳐서 결국 통화가 되는 듯 했는데, 이제는 통화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20여분 전화를 들고 기다리다가 결국에는 지쳐 전화를 끊고 말았습니다. 총 40여분을 그렇게 고생했는데, 기계랑만 통화하다가, 사람 목소리는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 다음 시도는, 전화가 아닌 컴퓨터로 상대방과 채팅하는 것이었고, 결국 이틀에 걸친 노력 끝에 전화를 고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점점 사람과 대화할 기회를 잃어갑니다. 왠만한 것들은 카톡이나 메세지로 해버리는 것이 편합니다. 그러다보니,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말도 대부분 줄임말이나 기호를 사용합니다. ㅇㅋ는 “오케이”이고, ㅠ.ㅠ는 눈물을 흘리는 것의 기호입니다. 이건 아주 간단한 것이지만, 요즘 아이들이 사용하는 줄임말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에도, 서로 대화하는 것보다는 전화기를 쳐다보는 것이 마음 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대화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듯 합니다. 대화는 그저 말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생각해보며, 길게 설명하기도 하고, 말하는 사람의 표정과 말투 등을 통하여, 말 이상으로 그 마음까지도 나누는 것이 대화입니다. 그런데, 이런 대화법을 이제는 모두 잃어가고 있습니다. 자기 할 말만 하고, 들을 말만 들어버립니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많은 오해를 낳습니다.

이제 다시 대화하기를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면 전화하여 안부를 묻고, 더 가능하다면 만나서 얼굴보며 대화하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쉽게 머리로 생각해버리지 말고, 잠깐 기다려주고, 더 이야기를 들어주며,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보려고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기계랑 30분을 통화하다가 왠지 나도 기계화되는 듯한 느낌에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박현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