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초기에는 현대차만 봐도 너무도 반갑고 좋았습니다. 제가 미국에 온 90년대 초반에만 해도 현대차가 그렇게 좋은 차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유고”에서 만든 차가 있었는데, 그 차가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그나마 꼴찌는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을 때였습니다. 그래도, 머나 먼 이국 땅에서 한국이 생산한 차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한국 사람을 만나도 그렇게 반가웠습니다. ‘나 혼자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를 가나 한국 사람들이 있고, 한국 차도 너무 많아서, 그런 반가움은 사라진 듯 합니다.

20시간 이상 운전을 하며 남쪽으로 가다 보니 일리노이주 번호판을 단 차량을 보기 힘들었습니다. 인디애나주로 넘어가서는 그래도 몇 대 볼 수 있었는데, 캔터키로 넘어가서는 일리노이주 번호판을 단 차량을 한대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밑으로 내려가면서는 조지아와 플로리다 번호판만 보일 뿐 일리노이주 번호판을 볼 수 없었습니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20시간 이상 운전을 하면서, 왠지 우리만 동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일리노이주 번호판을 단 차량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는 사람도 아니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데도, 왠지 같은 주에서 왔다는 동질감이 생겼습니다. ‘혹시, 이 사람도 올랜도 가는 것일까?’ ‘뒤 따라갈까?’ 이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플로리다 호텔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의 번호판을 유심히 보며 다녔습니다. 여러 주에서 온 차량들이 있었는데, 일리노이 표지판을 단 차량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일리노이 차다!” 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몇 호실에 묵는지’ 알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일 아침, 아틀란타의 한 한인교회에 예배하러 갔었습니다. 예배 후 광고 시간에, 시카고에서 온 방문자라며 저희 가족을 소개하셨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예배를 마친 뒤 나가려는데, 누군가가 “목사님!” 하며 불렀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몇 달 전 저희 교회 새벽 예배에 몇 번 참석하셨던 권사님이셨습니다. 4개월 전 아틀란타로 이사하셔서, 그 교회 출석 중이시라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 새벽 예배에 나오셨어도 그렇게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그저 인사만 하는 사이였는데도 불구하고, 아틀란타에서 뵈니 서로 너무 반가워했습니다. 마치 오랜 시간 알고 가깝게 지낸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한 지역 출신이라는 것도 반갑고, 얼굴 보며 알던 사이라는 것도 반가운데, 우리가 한 교회의 한 몸이 되어, 지지고 볶으며 신앙 생활을 같이 한다는 것은, 우리의 관계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외지에 나가 보고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한 군데 불러 모으셨으니, 여기에는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 있지 않겠습니까! 멀리 가있는 동안 우리 교회 식구들이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셨는지 모르지만요…

박현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