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종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어르신들의 그 고통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들을 기억하기 위한 소녀상들을 세우고 지키며, 국제 사회에 일본군의 만행에 대하여 알리고,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 선조들이 당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기 위해, 이 일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후대에 교훈으로 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받은 고통에 대해서는 기억하고자 하면서, 한국 전쟁 때 우리 조국을 위해 싸워준 연합군들의 수고와 희생에 대해서는 우리가 얼마나 감사한 마음을 전하였는지 생각해보고, 그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장진호 전투 기념관을 찾아 헌화하고,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 한번의 행사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하는 마음의 시작이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원수는 돌에 새기고, 은혜는 눈에 새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에 원한이 있는 일이나 원수를 갚아야 할 일들은, 돌에 새겨놓아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도록 하지만, 감사해야 하고 보상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눈에 새겨서, 날이 조금 덥기만 해도 금새 녹아 없어지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원수는 잊지 않지만, 은혜 받은 일은 금새 잊어버리는 우리들의 성품을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원수를 오래토록 기억하면, 원수는 원수를 낳게 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통해서 배웠듯이, 원수를 기억하는 것은 악순환을 낳게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은혜를 기억하면, 감사가 넘치고, 그 가운데 사랑이 싹트게 되는 것입니다.

원수야 잊으려고 해도 잊혀지지 않을테니 뒤로하고라도, 은혜를 기억하고자 힘씁시다. 사람이 살면서, 그 누구에게든지 은혜 받지 않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고마운 일, 감사한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은혜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여, 감사가 넘치며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난 주 설교한 대로, 신앙 생활은 받은 은혜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신앙 생활 잘 하는 하이랜드 교회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박현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