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가 ‘추석’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추석을 특별히 지내지 않지만, 저희 집은 돌아가신 장인 어른 생신이 음력 8월15일이라, 본의 아니게 추석을 지내는 집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하는 것은 없고 그저 식사 한끼 같이 하는 것이지만 저희는 추석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추석이 미국의 추수감사절 만큼이나 큰 명절입니다. 다른 날은 몰라도 추석에는 가족과 친지들이 모입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추석 모임에 가는 것을 꺼려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곤란한 질문과 불편한 이야기들을 많이 듣기 때문입니다. 취직을 못한 젊은이에게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잔소리를 하고, 결혼 적령기에 있는 청년들에게는 ‘언제 결혼할거냐?’는 질문, 결혼한 조카에게는 ‘아이는 언제 낳느냐? 둘째는? 셋째는?’ 이런 질문들이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추석에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금기어들이 있는데 “너 살쪘다,” ‘취업, 대학, 연봉’에 관한 이야기, ‘연애, 결혼, 출산’에 관한 질문, 그리고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잔소리라고 합니다. 사람마다 모두 상황이 다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저희 부부가 결혼하고도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왜 애기를 안 낳느냐? 일부러 막는 것 아니냐? 아기는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나야 된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남 모르는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심지어는 애기 낳는데 도움이 된다며 가져다 주시는 음식들, 약들도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기도가 관심이고 기도가 사랑입니다. 우리는 쉽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로 시작하고 끝을 맺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내 방식으로의 관심과 사랑은 오히려 매가 될 수 있습니다. 기도면 족합니다. 기도가 관심이며 사랑입니다 -박목-